프롤로그
혈액 속 호르몬, 내 몸의 마스터 스위치를 읽다
- TSH (갑상선자극호르몬), PTH (부갑상선호르몬), ACTH (부신피질자극호르몬), ADH (항이뇨호르몬)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는 뇌에서 명령을 내리면 각 기관이 움직이는 '피드백 시스템'입니다. 호르몬은 혈액 속 아주 미량으로 존재하지만, 전신의 기능을 좌우하는 강력한 마스터 스위치입니다. 혈액검사 결과지에는 수 많은 수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 몇 개의 수치만으로 전신 상태를 뒤흔드는 항목들이 있습니다. 갑상선, 부신, 부갑상선, 체액 균형. 호르몬 검사는 단순히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뇌하수체와 표적 기관(갑상선, 부신 등) 사이의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과 이를 수행하는 병사 사이의 대화를 읽어봅시다. 이번 시간에는 환자의 증상이 애매할 때 전해질·혈압·의식 변화가 설명되지 않을 때, 간호사가 반드시 함께 떠올려야 할 우리 몸의 대사, 뼈 건강, 스트레스 대응, 수분 조절을 담당하는 핵심 지휘관 호르몬 4가지 (TSH, PTH, ACTH, ADH)'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1. TSH (갑상선 자극 호르몬, Thyroid Stimulating Hormone): 에너지 대사의 사령관
기본 개념: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어 갑상선 호르몬(T3, T4)을 만들도록 독촉하는 호르몬입니다. 전신 대사율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며, 우리 몸의 보일러 온도를 조절하는 리모컨과 같습니다. 가장 변동이 잦은 호르몬 중 하나입니다.
- 이상 수치: 10 mIU/L 이상이면 명확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보며, 0.1 mIU/L 이하이면 항진증을 의심합니다.
- 주의: 임신 초기에는 태아 보호를 위해 정상 범위가 $0.1 \sim 2.5$ mIU/L 정도로 낮게 설정되기도 합니다.

- 🔺 수치 상승 시 (갑상선 기능 저하증 의심): 갑상선이 일을 안 하니 뇌가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라고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상태입니다.
- 증상: 추위 민감, 체중 증가, 서맥, 만성 피로, 부종.
- 간호 중재: 서맥 사정, 보온 유지, 변비 예방(고섬유질 식이).
- 🔻 수치 저하 시 (갑상선 기능 항진증 의심): 갑상선호르몬이 이미 과해서 뇌가 입을 다문 상태입니다.
- 증상: 빈맥, 발한, 체중 감소, 안구 돌출, 불안, 불면.
- 간호 중재: 심박수 및 부정맥 모니터링, 고칼로리 식이, 조용하고 시원한 환경 제공.
💡 간호사 기억 포인트 (Nurse Point):
TSH는 실제 질환명과 반대로 움직입니다. 환자가 갑상선 호르몬제(신지로이드)를 복용 중이라면, 아침 공복에 복용했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음식물이나 다른 약물(철분제, 칼슘제)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 TSH 단독 해석 ❌ → Free T4 반드시 함께 확인
- 고령자·심질환 환자: 빈맥·부정맥 주의, 체온 변화를 밀착 관찰

2. PTH (부갑상선 호르몬, Parathyroid Hormone): 뼈와 칼슘의 숨은 지휘자
기본 개념: 혈중 칼슘 농도가 낮아지면 PTH가 분비되어 뼈에서 칼슘을 꺼내오고 신장에서 재흡수하여 혈중 칼슘 농도를 높입니다. 혈액 내에서 매우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보통 'intact-PTH(활성형 부갑상선 호르몬)'를 측정합니다.
- 해석 공식: PTH가 높은데 칼슘(Ca2+)도 높다면 부갑상선 자체의 종양을, PTH는 높은데 칼슘이 낮다면 비타민 D 부족이나 신부전으로 인한 보상 작용으로 해석합니다.
- 🔺 수치 상승 시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 뼈에서 칼슘을 너무 많이 빼냅니다.
- 증상: 골다공증, 신장 결석, 근육 약화, 변비, 만성 신부전(이차성)
- 간호 중재: 낙상 예방, 충분한 수분 섭취(결석 예방), 부드러운 이동.
- 🔻 수치 저하 시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 혈중 칼슘이 부족해집니다.
- 증상: 근육 경련, 저림(Paresthesia), 후두 경련. 저칼슘혈증, 테타니
- 간호 중재: 칼슘 및 비타민 D 보충, 신경근육계 과민 증상 확인, Ca 수치 볼 때 Albumin 반드시 확인
💡 간호사 기억 포인트 (Nurse Point):
PTH 이상 환자는 칼슘 수치를 함께 봐야 합니다. 저칼슘혈증 시 나타나는 테타니(Tetany) 증상(손발 저림, 근육 경련), '크보스텍 징후(Chvostek’s sign - 얼굴 신경 자극 시 안면 경련)'와 '트루소 징후(Trousseau’s sign - 혈압 측정 시 손목 굴곡 경련)'를 숙지하고, 응급 상황(후두 경련)에 대비해 Calcium Gluconate 비치 여부를 확인하세요.

3. ACTH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Adrenocorticotropic Hormone) : 스트레스 대응 사령관
기본 개념: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어 부신피질을 자극해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합니다. 포도당,단백질, 지방 대사에 영향을 주고, 혈압 유지에 기여, 염증 억제, 면역 반응을 억제합니다. ADH는 단독 수치보다 **혈청 삼투압(Serum Osmolality)**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시간대에 따른 일중 변동(Diurnal Variation)이 가장 핵심입니다.
- 오전 (08:00): 10 ~ 60 pg/mL (가장 높음)
- 오후 (16:00): 오전 수치의 약 절반 이하로 감소
- 주의: 오후 수치가 오전과 똑같이 높다면 뇌하수체 종양(쿠싱병)을 강력히 의심할 수 있습니다.
- 🔺 수치 상승 시 ( ACTH 과다, 뇌하수체 종양에 의한 쿠싱병 또는 에디슨병의 보상적 상승):
- 증상: 문페이스(Moon face), 중심성 비만, 고혈압, 고혈당, 근력저하, 자색 선조.
- 간호 중재: 피부 간호(얇아진 피부), 감염 예방, 혈당 및 혈압 조절.
- 🔻 수치 저하 시 (뇌하수체 기능 저하 또는 스테로이드 억제):
- 증상: 저혈압, 저혈당, 무기력, 심한 피로, 쇼크 위험, 피부나 잇몸, 흉터 부위 등이 검게 변하는 색소 침착(에디슨병의 경우). 부신기능저하증
- 간호 중재: 기립성 저혈압 주의, 스트레스 상황( 감염·수술·외상) 시 급성 부신 위기(Adrenal Crisis) 감시. 전해질 불균형(나트륨 저하, 칼륨 상승) 여부를 확인
- 치료: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기 위해 평생 약물(스테로이드제)을 복용해야 합니다. 코르티솔 보충: 하이드로코티손, 프레드니솔론 등.
※ 참고: 에디슨병(Addison's disease)은 신장 위에 위치한 부신에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알도스테론을 충분히 생성하지 못해 발생하는 희귀한 만성 질환. 자가면역질환이나 진균 감염 및 결핵, 종양 전이, 기타 부신제거 수술이나 특정 약물 부작용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 간호사 기억 포인트 (Nurse Point):
ACTH와 코르티솔은 **'일중 변동'**이 뚜렷합니다. 보통 오전 8시에 가장 높으므로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채혈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하던 환자가 갑자기 투약을 중단하면 부신 위기가 올 수 있으므로 '테이퍼링(Tapering)' 교육이 필수입니다.

4. ADH (항이뇨 호르몬, Antidiuretic Hormone / Vasopressin): 수분과 염분의 밸런서
기본 개념: 신장에서 물을 재흡수하여 체내 수분량을 유지하고 혈압을 조절합니다.
해석: 혈액이 걸쭉해지면(삼투압 상승) ADH가 5.0 pg/mL 이상으로 올라가 소변을 줄여야 정상입니다. 만약 혈액이 걸쭉한데 ADH가 낮다면 요붕증입니다. 반대로 혈액이 묽은데 ADH가 높다면 SIADH입니다.
- 🔺 수치 상승 시 (SIADH - 항이뇨호르몬 부적절 분비): 소변은 안 나오고 몸에 물만 찹니다.
- 증상: 저나트륨혈증, 뇌부종으로 인한 의식 저하, 희석된 혈액.
- 간호 중재: 수분 제한(Fluid Restriction), I/O(섭취량/배설량) 및 체중 측정, 의식 수준 확인.
- 🔻 수치 저하 시 (요붕증, Diabetes Insipidus): 물을 다 내보냅니다.
- 증상: 과도한 다뇨(하루 5~20L), 심한 갈증, 탈수. 고나트륨혈증
- 간호 중재: 수분 공급, ADH 보충(Desmopressin) 투여, 소변 비중 확인.
💡 간호사 기억 포인트 (Nurse Point):
ADH 이상 시에는 혈액뿐만 아니라 **소변 비중(Specific Gravity)**과 소변 삼투압을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SIADH 환자에게 저나트륨혈증이 있을 때 고농도 식염수(3% NaCl)를 너무 빨리 투여하면 뇌 손상이 올 수 있으므로 주입 속도를 엄격히 관리해야 합니다.
📋 간호사 교육용 요약표 (Cheatsheet)
| 호르몬 | 주요 조절 대상 | 정상수치(참고치) | 상승 시 (High) | 저하 시 (Low) | 핵심 간호 중재 |
| TSH | 갑상선 대사 조절 | 0.4~4.0 mIU/L | 갑상선 기능 저하증 | 갑상선 기능 항진증 | 신지로이드 공복 복용 및 체중 및 심박수 사정, 참고치는 연령, 임신 여부에 따라 다름 |
| PTH | 칼슘(Ca2+) | 10~65 pg/mL | 고칼슘혈증(결석) | 저칼슘혈증(경련) | 테타니 증상, 요로결석 확인 및 낙상 예방 |
| ACTH | 코르티솔(스트레스) | 10~60 pg/mL | 쿠싱 증후군 | 부신 기능 부전 | 오전 8시 채혈 준수, 스테로이드 급단절 금지 |
| ADH | 수분 재흡수 | 1.0~5.0 pg/mL | SIADH (부종, 저Na) | 요붕증 (다뇨, 탈수) | 엄격한 I/O 체크 및 수분 제한/공급, 의식변화 확인 |
💡 간호사가 꼭 알아야 할 수치 관련 팁
- 동적 검사(Dynamic Test): 호르몬은 한 번의 채혈로 확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슐린 저혈당 유발 검사'나 '덱사메타손 억제 검사'처럼 약물을 주입해 수치 변화를 보는 검사가 더 정확합니다.
- 검체 보관: ACTH나 PTH 같은 호르몬은 상온에서 매우 불안정합니다. 채혈 즉시 EDTA 튜브에 담아 얼음(Ice)에 박아 검사실로 보내야 정확한 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 환자 안정: 바늘 무서움증(Needle phobia)이 심한 환자는 채혈 순간의 스트레스만으로도 ACTH가 치솟을 수 있습니다. 최소 20~30분간 안정을 취한 뒤 채혈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FAQ) Summary
Q1. 호르몬 검사 전에는 왜 꼭 금식해야 하나요?
A: 음식 섭취는 인슐린뿐만 아니라 성장호르몬, 코르티솔 등 대사 관련 호르몬에 즉각적인 영향을 줍니다. 기저 수치를 정확히 보기 위해 8~12시간 공복이 권장됩니다.
Q2. TSH는 정상인데 갑상선 증상이 있을 수 있나요?
A: 네, '불현성 갑상선 질환'의 경우 TSH만 살짝 변하고 T3, T4는 정상 범위일 수 있습니다. 증상이 뚜렷하다면 정밀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Q3. 스테로이드 약을 먹으면 왜 ACTH 검사를 하나요?
A: 외부에서 호르몬이 들어오면 우리 뇌는 스스로 ACTH를 만들지 않게 됩니다. 부신이 잠들어 있는지, 다시 깨어나 제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사합니다.
Q4. 요붕증(ADH 저하) 환자가 물을 못 마시게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매우 위험합니다. 소변은 계속 나오는데 수분 보충이 안 되면 급격한 탈수와 고나트륨혈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갈증에 따라 자유롭게 마시게 해야 합니다.
Q5. 칼슘 수치는 정상인데 PTH만 높을 수 있나요?
A: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몸이 칼슘을 흡수하지 못해, 이를 보충하려고 PTH가 계속 높아지는 '이차성 항진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맺음말
혈액 속 호르몬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량으로 우리 몸에 존재하지만, 전신의 기능을 좌우하는 '침묵의 지휘자'입니다. 지휘자가 박자를 놓치면 전신이라는 오케스트라는 순식간에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하죠. 숫자 뒤에 숨겨진 환자의 피로, 갈증, 경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여러분의 세밀한 관찰이 지휘자의 박자를 다시 맞추는 첫걸음이 됩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환자의 곁을 지키는 당신의 손길에 깊은 존경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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