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고 싶어?"라고 물으면 "응"이라고 대답하면서도, "그럼 왜 안 해?"라고 물으면 "그동안 버틴 게 아까워서...", "지금 그만두면 그동안 개고생한 게 다 물거품이 되잖아" "라고 답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3년, 5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한 직장에서 버텼을 때, 그 시간은 우리에게 훈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거운 모래주머니가 되기도 합니다.
분명히 이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동안 낸 승선권 가격이 아까워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 '에 빠진 것입니다. 오늘 이 글이 당신의 '아까운 시간'을 '살아있는 미래'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길 바랍니다.
1. 프롤로그: 이미 쏟아부은 시간이 발목을 잡을 때
중견기업에서 대리로 근무 중인 6년 차 현우 씨의 인터뷰입니다.
현우: "입사 1년 차 때부터 이 회사는 나랑 안 맞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때 그만두면 경력이 꼬일까 봐 '3년만 채우자'고 다짐했죠. 3년이 되니까 그동안 쌓은 인맥과 업무 숙련도가 아까웠어요. 이제 6년이 됐는데, 지금 나가면 그동안 여기서 고생하며 쌓은 직급과 연봉 상승분이 다 초기화될 것 같아요. 솔직히 매일 아침 눈 뜨는 게 지옥 같지만, 지금까지 버틴 게 억울해서라도 못 나가겠어요."
(현우의 속마음)
'여기서 보낸 내 20대 청춘이 이 회사에 다 녹아있는데... 지금 포기하면 내 인생의 6년이 실패한 것 같아 무서워요.'
현우 씨를 붙잡고 있는 것은 회사의 비전도, 높은 연봉도 아닙니다. 바로 '과거의 나에 대한 미련'입니다.
아침마다 출근 준비를 하며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버거워집니다.
“이제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치지만, 곧 이런 마음이 따라옵니다.
“여기서 버틴 게 얼만데…”
“이 나이에 다시 시작하는 게 맞을까?”
“지금까지 쌓은 경력이 아까워서라도 조금만 더 버텨보자.”
우리는 종종 이미 지나간 시간과 노력이, 앞으로의 선택까지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 심리 현상의 이름이 바로 ‘매몰 비용의 오류(함정)(Sunk Cost Fallacy)’입니다.
2. 본론:
1) 매몰 비용의 오류(함정)(Sunk Cost Fallacy)이란 무엇인가?
매몰 비용이란 이미 지불했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돈·노력을 의미합니다. 매몰 비용의 오류란 이미 지불하여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시간, 노력, 돈)에 미련을 두어, 앞으로의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오류 현상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앞으로의 선택은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손해만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으로 선택합니다.
2) 왜 우리는 '아까워서' 불행을 선택할까?
①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얻는 기쁨보다 잃는 슬픔이 2배 크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에 따르면, 인간은 $100$달러를 얻었을 때의 행복보다 $100$달러를 잃었을 때의 고통을 2배 이상 강하게 느낍니다. 퇴사를 '새로운 시작'으로 보기보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노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뇌는 극심한 거부 반응을 일으킵니다.
② 인지 부조화의 자기 합리화와 자존감 방어
우리는 스스로를 ‘현명한 선택을 해온 사람’으로 인식하고 싶어 합니다. 과거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자존감이 흔들리기 때문에 현재의 고통을 합리화하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힘든 곳에서 5년을 버텼는데, 이 회사가 나쁜 곳일 리 없어. 여기서 얻은 게 분명히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속입니다. 자신의 과거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불행한 현재를 정당화하는 것이죠.
③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 공포
지금이 힘들어도 예측 가능한 고통이라면, 미래의 불확실한 가능성보다 현재를 붙잡는 것이 더 안전하게 느껴집니다.
3) 직장인에게 매몰 비용이 특히 강하게 작동하는 이유
직장 환경에서는 매몰 비용 효과가 더 강해집니다.
- 연차와 직급이 쌓일수록 ‘다시 시작’에 대한 두려움 증가
- 이직 시장에서의 경쟁력에 대한 불안
- 가족 부양, 대출, 생활비 등 현실적 책임
- 주변의 기대와 비교 시선
그래서 실제로는 이미 번아웃 상태인데도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질 거야”라는 희망으로 수년을 더 머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3. 혹시 지금 나도 매몰 비용에 묶여 있나요? : 매몰 비용 오류 자가 진단 테스트
다음 항목 중 몇 개나 해당되시나요? 아래 항목 중 3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 ] 현재 직무가 나를 성장시키지 못한다는 걸 알지만, 경력 단절이 무서워 버틴다.
- [ ] “지금까지 한 게 아까워서”라는 말을 자주 한다
- [ ] 이직 준비를 하려다가도 "여기서 배운 기술을 딴 데서 못 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멈춘다.
- [ ]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나 인맥이 아까워 나가지 못한다.
- [ ] 내가 퇴사하면 그동안 했던 고생이 '실패'로 확정될 것 같아 두렵다.

4. 심리 솔루션: 매몰 비용에서 벗어나는 5단계 사고 전환법
[1단계] "과거의 비용을 0원으로 리셋하기"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내가 그동안 얼마를 썼는가?"가 아니라 "오늘부터 시작한다면 나는 이 선택을 할 것인가?"입니다.
- 기술: "내가 오늘 이 회사에 처음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라면, 현재의 연봉과 복지, 업무 환경을 보고 입사 제안을 수락할 것인가?"라고 자문해 보세요. 대답이 'NO'라면, 당신을 붙잡고 있는 것은 오직 매몰 비용뿐입니다.
[2단계] 매몰비용보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계산하기
우리는 버틴 시간은 아까워하면서, 버티느라 '잃어버리고 있는 시간'은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 수식: $미래의 총 가치 = 현재 선택의 가치 - 기회비용$
- 기술: 이 회사에서 버티는 1년 동안 당신이 포기하고 있는 것들을 적어보세요. (건강한 정신, 새로운 기술 습득 기회, 더 나은 조직 문화에서의 경험, 진정한 행복 등) '버티는 비용'이 '나가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시각화해야 합니다.
[3단계] '실패'가 아니라 '수업료'로 재정의하기
이미 쓴 시간은 회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다음 선택을 위한 학습 자료로는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손실’이 아니라 ‘데이터’로 재정의해 보셔야 합니다. 그만두는 것은 지난 시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다음 스테이지로 진출' 하는 것입니다.
- 기술: "6년의 시간을 버렸다"가 아니라 "6년 동안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견디기 힘들어하는지 확실히 배웠다. 이 수업료로 나는 다음 직장에서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다"라고 문장을 바꿔보세요.
[4단계] 작은 실험부터 시작하기
당장 퇴사를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직 정보 수집, 자격증 공부, 사이드 프로젝트 등 ‘탈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행동만으로도 심리적 주도권이 회복됩니다.
[5단계] 선택의 책임을 다시 자신에게 돌리기
“어쩔 수 없이 다닌다”는 인식은 무기력을 강화합니다.
“나는 지금 이 선택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인식하는 순간, 변경할 권한도 다시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5. 🌱 마음이 한층 편해지는 관점 전환
| 매몰 비용에 갇힌 생각 | 나를 해방시키는 새로운 관점 |
| 지금 나가면 그동안 고생한 게 다 허사가 돼. | 지금 나가지 않으면 앞으로 고생할 시간까지 추가로 버리게 돼. |
| 퇴직금/연봉 인상분만 받고 나가야지. | 내 정신 건강과 성장의 가치는 퇴직금 몇 백만 원보다 훨씬 비싸다. |
| 여기서 포기하면 나는 실패자가 되는 거야. | 맞지 않는 옷을 벗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용기 있는 결단이다. |
| 딴 데 가도 똑같으면 어떡하지? | 똑같더라도 '내가 선택한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긴다. |
[맺음말] 어제의 나에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애써왔습니다. 당신이 그동안 그곳에서 버틴 시간은 절대 헛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최선을 다해 인내했고, 책임을 다했습니다. 그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선택을 더 현명하게 만들어주는 자산이 됩니다. 하지만 과거의 당신이 내린 결정이 오늘의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 권리는 없습니다.
과거의 나에게 사과하고 싶다면, 오히려 지금의 나를 구해주어야 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제 너를 더 좋은 곳으로 보내줄게"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도망’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환경 변경을 통한 자기 보호 전략에 가깝습니다. 회피는 문제를 보지 않는 것이고, 선택은 문제를 인식한 상태에서 더 나은 방향을 찾는 행동입니다. 그만두는 선택이 항상 정답은 아니지만, 계속 버티는 것이 항상 성숙한 선택도 아닙니다.
매몰 비용의 오류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를 돌아보며 한숨 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발걸음을 미래로 한 걸음 내딛는 것입니다. 당신의 미래는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FAQ. 매몰 비용과 퇴사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정말 퇴직금이 코앞(예: 3개월 전)이라면 어쩌죠?
A1. 이럴 땐 경제적 실익을 따져야 합니다. 3개월을 더 버팀으로써 얻는 금전적 이득이 내 정신적 고통보다 크다면 '전략적 인내'를 선택하되, 그 기간을 '이직 준비 기간'으로 확정 지어 매몰 비용의 오류에 다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Q2. 이직할 곳을 정하지 않고 나가는 건 너무 무책임한가요?
A2. 심리적 에너지가 0%라면 '쉼'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에너지가 남아있다면 재직 중 이직을 권장합니다. 불안감은 또 다른 잘못된 선택(매몰 비용의 반복)을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Q3.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아깝다고 말려요.
A3. 그들은 당신의 '하루 8시간'을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타인의 시선이야말로 가장 전형적인 사회적 매몰 비용입니다.
Q4. 경력이 너무 짧아(예: 6개월) 아까워요.
A4. 6개월의 매몰 비용을 아끼려다 2년의 경력을 망칠 수 있습니다. 맞지 않는다면 하루라도 빨리 내 길을 찾는 것이 '경력 관리' 측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Q5. 이 감정이 매몰 비용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한 권태기인지 어떻게 알죠?
A5. '성장'을 떠올려 보세요. 힘들지만 배우는 게 있다면 권태기일 확률이 높고, 힘들기만 하고 영혼이 깎여 나간다면 매몰 비용의 오류일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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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이 절대 퇴직이나 이직을 권유하는 것은 아니며 직장 스트레스가 심한 분들의 자기 점검에 도움을 드리기 위한 취지이니 참고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