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아나필락시스 응급대처법, 내 가족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
<간호사가 들려주는 현장 및 일상 이야기>
🚨 근무 중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 발생, 그리고 공포
얼마 전 저희 병동에 입원중이던 천식 병력이 있는 40대 남성 환자가 NSAIDs 계열 진통제 주사 투여 후 갑자기 얼굴이 붓고,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간호사 선생님! 숨을 잘 못 쉬겠어요!” 라고 호소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환자는 순식간에 목소리가 갈라지고, 호흡곤란을 호소하더니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떨어졌죠. 바로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였습니다.
현장에서 의료진은 신속하게 에피네프린 주사를 투여하고 산소 공급, 기도 확보를 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회복시켰습니다. 만약 이런 아나필락시스 상황이 병원이 아닌 가정이나 일상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생각만해도 아찔해집니다.
🌿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알레르기, 그리고 아나필락시스
몇 년 전, 제가 아는 지인의 고등학생 아들에게 있었던 일입니다. 평소 건강하고 뭐든 잘 먹던 아이였는데, 어느 주말 저녁, 가족 식사 자리에서 새우튀김을 먹고 난 뒤 갑자기 얼굴이 붓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가벼운 알레르기 반응이겠거니 했지만, 곧 호흡이 가빠지고 기침이 심해지면서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의식이 희미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부모님은 크게 당황했지만, 다행히 근처에 있던 병원 응급실로 신속하게 이송되어 에피네프린 주사를 맞고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의료진은 말했습니다.
“이건 아나필락시스였습니다. 몇 분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했습니다.”
새우 같은 갑각류 알레르기는 평소 잘 먹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남의 집 일이 아닙니다. 언제든 내 아이, 내 배우자, 내 부모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알레르기와 아나필락시스 응급대처법을 다뤄보겠습니다.

✅ 알레르기 반응이란 무엇인가?
알레르기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사실은 해롭지 않은 물질(예: 땅콩, 우유, 새우, 꽃가루 등)을 적으로 착각해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증상 발생시간에 따라 즉시형 반응과 지연형 반응으로 나뉘는데 즉시형 반응은 말 그대로 알레르기 원인에 노출 후 1~2시간 이내, 길게는 24시간 이내에 즉시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며 지연형 반응은 24시간 이후에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 가벼운 알레르기 증상
- 피부 가려움, 두드러기, 눈·코 가려움, 콧물
- 소화 불량, 가벼운 복통
- 심해지는 경우
- 호흡곤란, 현기증, 혈압 저하
- 전신에 두드러기가 퍼지고 얼굴이 붓는 증상
이렇게 알레르기 반응이 점점 심해지면 아나필락시스(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NSAIDS 알레르기에 대한 궁금증 해결>
NSAIDS(엔세이드) 알레르기는 한마디로 NSAIDS(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계열 약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NSAIDS 알레르기는 24시간 이내에 즉시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나는 즉시형에 해당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가 체내의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클로옥시게나제(COX) 효소를 차단하면, 다른 효소 경로(록스효소 경로)가 활성화된다. 그 결과, 이 경로가 활성화되면서 알레르기 반응과 관련된 물질이 생성되어
코막힘, 콧물부터 심하면 호흡곤란이나 천식과 같은 기관지수축이 동반될 수 있으며 두드러기, 얼굴 부종, 천식 등의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염증이나 통증은 세포막에 있는 아라키돈산이라는 물질이 콕스1 또는 콕스2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 발생하는데 이때 NSAIDS는 콕스1을 차단해 분해물질을 줄임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킨다.
하지만 NSAIDS 알레르기환자들은 콕스1 효소가 차단돼도 또 다른 록스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킨다..
NSAIDS 약품의 상당수가 콕스1 효소를 차단하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NSAIDS에서 동시에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도 NSAIDS 알레르기환자들에게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콕스1이 아닌 콕스2를 차단하는 NSAIDS 계열 약도 있기 때문. 이를 복용하면 록스효소가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알레르기반응이 안 나타나면서도 통증 분해물질이 줄어 진통 및 해열효과를 볼 수 있다. 셀레콕시브성분의 해열소염진통제나 타이레놀이 대표적이다.
NSAIDS를 복용 후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났다면 일단 알레르기내과를 방문, 자신이 NSAIDS 알레르기가 맞는지 정확한 진단을 받고 먹을 수 있는 다른 진통제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갑각류 알레르기에 대한 궁금증 해결>
특정 갑각류에 처음 노출되면, 면역체계가 해당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여 특이 IgE 항체를 생성한다.
이후 갑각류에 재노출 (과민 반응) 되면, IgE 항체가 항원과 결합하여 비만세포(mast cell) 등에서 히스타민과 같은 화학 물질을 분비하게 된다. 이러한 화학 물질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킨다.
트로포미오신 (Tropomyosin): 새우, 게, 랍스터 등 여러 갑각류에서 발견되는 주요 항원 단백질이다.
갑각류에 노출될 때마다 면역체계가 이를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IgE 항체를 생성하여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 아나필락시스: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의 시그널
아나필락시스는 몇 분 안에 빠르게 진행되며,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 주요 증상
- 피부: 전신 두드러기, 입술·혀·목의 부종
- 호흡기: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호흡음, 기침, 흉부 압박감
- 순환기: 맥박이 약해지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짐
- 소화기: 구토, 복통, 설사
- 신경계: 어지럼증, 의식 저하, 실신
👉 이 단계에서는 119 신고와 즉각적인 아드레날린 투여가 생사를 가릅니다.

🩹 아나필락시스 응급대처법
실제 현장에서 해야 할 행동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즉시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EpiPen, 에피펜 등)를 투여하는 것입니다.
1. 아드레날린 자가주사(EpiPen 등) 즉시 사용
- 허벅지 바깥쪽 근육에 강하게 주사합니다. (옷 위로도 가능)
- 효과가 불충분하면 5~15분 간격으로 반복 투여 가능
- 절대 주저하지 말 것! (아드레날린 부작용보다 지체가 더 위험)

2. 119 신고
- “아나필락시스 의심, 아드레날린 투여”라고 정확히 알리기
-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 환자 곁에서 상태 확인
3. 체위 유지
- 호흡곤란이 심하면 상체를 세워주고
- 의식이 흐리거나 저혈압이면 다리를 올려 혈류를 확보
4. 보조적 약물
-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 증상 완화용)
- 스테로이드(재발 방지용)
👉 하지만 이들은 “보조적 치료”일 뿐, 응급상황에서는 아드레날린이 최우선입니다.
🔬 아나필락시스 이후, 반드시 해야 할 진단검사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무사히 퇴원하더라도, 반드시 원인을 찾는 검사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원인을 정확히 모르면 또다시 같은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대표적인 검사
1. 피부 반응 검사
-
① 피부 단자 검사 (Skin prick test):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피부에 떨어뜨리고 가느다란 바늘로 살짝 찔러 피부 안으로 흡수시킨 후, 약 15~30분 후 피부의 붉게 붓는 반응을 확인합니다. 급성 알레르기 진단에 사용됩니다.
-
② 첩포검사 (Patch test):접촉 피부염, 특정 약물, 음식 알레르기 진단에 사용되며,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묻은 패치를 등에 붙여 48~72시간 후에 피부 염증 반응을 확인합니다.
2. 혈액 검사
-
① MAST 검사: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다양한 알레르기 원인 물질(진드기, 곰팡이, 꽃가루, 음식 등)에 대한 항원 특이 IgE 항체 농도를 측정합니다. 피부 반응 검사보다 통증이 적고 부작용이 없는 것이 장점입니다.
-
② ImmunoCAP 검사:MAST 검사와 유사하게 혈액 내 항원 특이 IgE 항체의 양을 측정하는 검사로, 정확하고 표준화된 결과를 제공하며, 수백 가지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검사할 수 있습니다.
3. 경구 유발 검사 (Oral Food Challenge)
- 의료진 감독하에 의심되는 음식을 직접 섭취해 반응을 보는 검사
- 위험도가 높아 반드시 병원에서만 시행
📌 검사 선택 시 고려사항
-
① 증상 유무 및 유형:급성 증상에는 피부 반응 검사가 적합하고, 접촉 알레르기에는 첩포검사가, 전신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유발 물질 파악에는 혈액검사가 유용합니다.
-
② 환자의 상태:피부가 민감하거나 알레르기 과민 반응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혈액검사가 더 안전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 알레르기내과 방문해 이런 과정을 통해 정확한 진단 받아야 “내가 어떤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일상 속 예방과 준비
알레르기와 아나필락시스는 한 번 경험하면 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 생활 관리가 중요합니다.
- 의사에 의해 처방된 에피펜 등 자가주사기 항상 휴대 (학교·직장·외출 시 필수)
- 가족, 교사, 동료에게 알레르기 사실을 공유 및 에피펜 주사기 사용법 교육
- 외식할 때는 음식 재료 반드시 확인
- 응급 팔찌·카드 착용 (“Peanut Allergy”, “Epinephrine Inside” 등 표시)
- 정기적인 알레르기 전문 진료 및 재검사
📚 실제 사례로 다시 보는 교훈
앞서 말씀드린 제 지인의 아들 사례처럼, 알레르기는 식사 자리에서 갑자기 나타나고, 몇 분 만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 아이는 이후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갑각류 알레르기” 진단을 받았고, 지금은 학교에 갈 때도 늘 에피펜을 가방에 넣고 다닙니다. 부모님도 외식 시 늘 메뉴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만약 그날, 보호자가 주저하거나 늦게 대처했다면?”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그래서 알레르기와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지식과 준비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합니다.
📝 마무리
알레르기·아나필락시스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 직장 동료,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꼭 기억하세요.
- 알레르기 반응이 심해지면 아나필락시스가 된다.
- 알레르기는 불편하지만, 아나필락시스는 생명을 위협한다.
- 응급상황에선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이 생명을 구한다.
- 응급대처법은 단순하지만, 실행 속도가 생사를 가른다.
- 치료 후에는 반드시 원인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원인을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예방이다.)
- 평소에 자가주사기와 예방 습관을 준비해야 한다.
오늘 이 글이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3선
1. “그날 밤, 바로 응급실을 갔어야 했는데…”https://kiheo.tistory.com/80
“그날 밤, 바로 응급실을 갔어야 했는데…”
👉 보호자를 위한 응급실 판단 기준 가이드인트로: 우리 가족이 겪은 아찔한 순간 “엄마, 심장 쪽이 좀 아파요… 숨쉬기도 약간 힘든 것 같고.”늦은 밤, 아들이 조심스럽게 말했을 때 저는 순
kiheo.tistory.com
2. “병동에서 이틀 동안 딸꾹질이 멈추지 않은 70대 환자 이야기” https://kiheo.tistory.com/68
“병동에서 이틀 동안 딸꾹질이 멈추지 않은 70대 환자 이야기”
1. "멈추지 않는 딸꾹질, 도대체 왜?" 다들 이런 경험 있으시죠?“갑자기 시작된 딸꾹질, 도무지 멈추질 않아서 한참을 힘들었던 적 없으셨나요?”코를 막고 숨을 오래 참아도 보고, 찬물을 벌컥
kiheo.tistory.com
3. 💉"덱사 주사를 중복투여 했다구?" https://kiheo.tistory.com/66
💉"덱사 주사를 중복투여 했다구?"
덱사 주사, 내가 신규간호사 때 배운 뼈아픈 교훈1. 사건의 시작: 외래에서 맞고 온 덱사 주사를 병동에서 중복 투여 신규간호사로 막 병동 생활에 적응하던 시절이었습니다. 75세 남자 노인환자
kiheo.tistory.com
'Helpful Nurse' 경험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치료와 돌봄의 균형을 찾는 또 다른 치유의 길 ” (5) | 2025.09.25 |
|---|---|
| 🌿 자연치유법 제대로 알기: 숲, 물, 빛, 흙, 향기가 주는 회복의 힘 (18) | 2025.09.24 |
| “그날 밤, 바로 응급실을 갔어야 했는데…” (10) | 2025.09.11 |
| "오늘 낮에 입원한 치매환자가 사라졌어요."- 치매환자 관리 메뉴얼 (8) | 2025.09.09 |
| “암 환자 식단, 어떻게 챙겨 먹어야 할까요?"— 실제 식단관리부터 식이촉진제까지 영양관리 팁 (10) | 2025.09.06 |